나쁜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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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유감스럽게도 나는 꽤나 옹졸한 편이다.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싫어하는 이유가 도덕적 또는 법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것인 경우는 드물다. 눈치가 없거나, 너무 시끄럽거나, 분위기를 못 읽거나. 그냥 그런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유들이다.그러나 내가 이렇게 편협한 이유로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그런 사람들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쁜 사람' 의 존재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있다. 나쁜 사람은 정말 있을까. 그런 걸까.'나쁜 사람' 은 정말 존재하는가여기까지만 읽으면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여러분들은 아무런 처벌이나 비난이 없다는 전제 하에, 지나가는 아이를 때릴 수 있는가? 식당에서 계산을 안 하고 나갈 수 있..
음악 추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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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나는 음악을 듣는 것을 취미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다. 남들이 일을 하며 음악을 들을 때, 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일을 한다. 마치 메이플 시럽을 먹기 위해 팬케이크를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보통 다수에 의해 향유되지는 않으나 음악성 자체는 좋은, 말하자면 숨은 명곡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필연적으로 남들에게 자신이 듣는 음악을 추천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나 나는 결코 음악을 추천받지 않는다.자연스러운 노래 추구그렇다. 나는 결코 노래를 추천받지 않는다. 왜일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남들이 추천해준 노래를 듣는 것이 싫다. 내 주변에 있는 음악 추천 전문가들의 음악 취향은 나와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
너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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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마인크래프트 모드 서버 여는 법부터 시작해서 수학 문제 푸는 법, 시험을 망쳤을 때의 대처법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나의 지식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마인크래프트 모드 서버를 여는 법이나 수학 문제 푸는 법과는 달리,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세심한 고찰이 필요한 질문을 받는다면 나 또한 고민이 필요하다.(내가) 너였다면어쩌면 이는 답이 정해진 질문보다는 고민 상담에 가깝다. 어떠한 문제가 있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요청한다. 상담을 요청한 사람, 그러니까 내가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대상이 이미 해결책을 가져와서 나는 이를 평가하기만 하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부..
중간고사를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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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중간고사가 끝나기 전까진 블로그를 건드리지 않으려 했는데 블로그 주제가 너무 많이 생기기도 했고, 최근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좀 글을 써서 이를 좀 풀어내야 할 것 같았다. 하나의 주제로 응집된 글을 써 보려고 몇 차례 키보드를 두드렸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새로운 형식으로 글을 좀 써보려고 한다. 기대감을 안고 간 서점에서 늘 나를 실망시키기 마련인, 하나의 주제를 이어가지 못하고 2-3페이지마다 새로운 제목과 함께 새로운 주제가 반복되는 애매한 실력을 갖춘 작가들의 감성적인 에세이처럼 여러 주제로 짧은 단상을 한 글에 남겨보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책의 제목(여기서는 글의 제목)과 각각의 소제목은 전혀 상관이 없다. 나쓰메 소세키의 가 생각나는 대목인데,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서는 언젠가 글을 ..
개발의 즐거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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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개인 개발
개발을 안 한지 꽤 되었다. 게임이건 프로그램이건, 개발에서 손을 뗀 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2023년 겨울방학부터 여름방학까지 달린 주민서버 시즌 5 개발 이후로는 이렇다 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올해 우리 학교 컴퓨터부 부장을 맡게 되면서 파이썬을 비롯해 프로그래밍 관련해서 깔짝일 만한 일은 많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낸 것은 없다는 뜻이다.황새오래걷기그러던 어느 날, 바로 오늘(정확히는 어제) 학교에서 두 교시 연달아 디벗을 사용했다. 생명과학 시간에 탐구보고서를 작성하다 시간도 많이 남은 김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임 황새오래걷기를 했다. 황새오래걷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키를 한 번 누를 때마다 기울어지는 폭이 증가한다. 물리학 I을 들으며 지겹게 배운 등속 운..
원자력병원의 자전거 보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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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후기
최근에 입원한 할머니를 뵈러 원자력병원에 잠시 방문했었다. 오랫동안 뵈지 못했던 할머니의 얼굴만 잠깐 보고 나오는 길에 주차장 입구 쪽 구석에 있는 자전거 보관대가 보였다.사실 처음에 봤을 땐 좀 웃겼다. 동네 소아과나 이비인후과 정도라면 모를까 암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병원에 자전거를 타고 올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환자도 면회객도 자전거를 타고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나의 추론이 무색하게도 누구의 것인지 모를 자전거 한 대가 보관대에 놓여 있었다. 그 자전거가 나로 하여금 아무리 병원이라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덕분에 병실 창 밖의 삭막한 풍경이 조금 잊혀졌다.
기억의 확장자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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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그런 기억들이 있다. 잊히지 않는 기억들 말이다. 나의 경우에는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핑크색 장난감 카트를 타다가 엎어져서 우는 아이를 본 기억이 그러하다. 그때 내가 네 살이었는지 다섯 살이었는지, 무슨 마트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핑크색 카트' 와 '울음' 따위의 키워드는 또렷하게 기억난다. 어쨌든 그렇게 우리의 기억이라는 폴더에 저장된 기억들에는 우리가 겪었거나 생각한 내용, 본 것, 들은 것 등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간혹 우리를 그때 그 순간의 기분, 감흥, 분위기로 돌아가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 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떤 형식으로 저장되어 우리를 다시 그 순간에 빠지도록 하는 것일까. '기억되는 형식' 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파일 확장자 개념을 빌려와보자...
나의 인스타 메모는 어떻게 게시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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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나는 하루에도 여러 번씩 수시로 인스타 메모를 올리는 편이다. 본계에 스토리나 게시물을 올리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지만, 왜인지 모르게 메모는 그렇지 않고 별 생각이 들지 않아서 생각나는 대로 올리는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의미심장해 보이는(실제 여부와는 상관없이) 글귀를 올리면 몇몇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오늘 메모를 올리는 과정을 서술함으로써 그 의문을 한번 해소해 보고자 한다.메모의 특성메모가 게시되는 과정을 논하기 이전에, 어떤 메모가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오는지를 알아보자. 기억이 닿는 선에서 최근 나의 메모들을 발췌해 보았다.가스라이팅 제곱할랄 가이즈love 남용스몹식 미식빅세일과 애프터세일왜 팝송은 알아들을 수 없는데 좋은걸까이 단편적인 예시들만 가지고 전반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