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추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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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나는 음악을 듣는 것을 취미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다. 남들이 일을 하며 음악을 들을 때, 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일을 한다. 마치 메이플 시럽을 먹기 위해 팬케이크를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보통 다수에 의해 향유되지는 않으나 음악성 자체는 좋은, 말하자면 숨은 명곡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필연적으로 남들에게 자신이 듣는 음악을 추천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나 나는 결코 음악을 추천받지 않는다.자연스러운 노래 추구그렇다. 나는 결코 노래를 추천받지 않는다. 왜일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남들이 추천해준 노래를 듣는 것이 싫다. 내 주변에 있는 음악 추천 전문가들의 음악 취향은 나와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
너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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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마인크래프트 모드 서버 여는 법부터 시작해서 수학 문제 푸는 법, 시험을 망쳤을 때의 대처법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나의 지식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마인크래프트 모드 서버를 여는 법이나 수학 문제 푸는 법과는 달리,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세심한 고찰이 필요한 질문을 받는다면 나 또한 고민이 필요하다.(내가) 너였다면어쩌면 이는 답이 정해진 질문보다는 고민 상담에 가깝다. 어떠한 문제가 있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요청한다. 상담을 요청한 사람, 그러니까 내가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대상이 이미 해결책을 가져와서 나는 이를 평가하기만 하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부..
중간고사를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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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중간고사가 끝나기 전까진 블로그를 건드리지 않으려 했는데 블로그 주제가 너무 많이 생기기도 했고, 최근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좀 글을 써서 이를 좀 풀어내야 할 것 같았다. 하나의 주제로 응집된 글을 써 보려고 몇 차례 키보드를 두드렸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새로운 형식으로 글을 좀 써보려고 한다. 기대감을 안고 간 서점에서 늘 나를 실망시키기 마련인, 하나의 주제를 이어가지 못하고 2-3페이지마다 새로운 제목과 함께 새로운 주제가 반복되는 애매한 실력을 갖춘 작가들의 감성적인 에세이처럼 여러 주제로 짧은 단상을 한 글에 남겨보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책의 제목(여기서는 글의 제목)과 각각의 소제목은 전혀 상관이 없다. 나쓰메 소세키의 가 생각나는 대목인데,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서는 언젠가 글을 ..
원자력병원의 자전거 보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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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후기
최근에 입원한 할머니를 뵈러 원자력병원에 잠시 방문했었다. 오랫동안 뵈지 못했던 할머니의 얼굴만 잠깐 보고 나오는 길에 주차장 입구 쪽 구석에 있는 자전거 보관대가 보였다.사실 처음에 봤을 땐 좀 웃겼다. 동네 소아과나 이비인후과 정도라면 모를까 암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병원에 자전거를 타고 올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환자도 면회객도 자전거를 타고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나의 추론이 무색하게도 누구의 것인지 모를 자전거 한 대가 보관대에 놓여 있었다. 그 자전거가 나로 하여금 아무리 병원이라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덕분에 병실 창 밖의 삭막한 풍경이 조금 잊혀졌다.
기억의 확장자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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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그런 기억들이 있다. 잊히지 않는 기억들 말이다. 나의 경우에는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핑크색 장난감 카트를 타다가 엎어져서 우는 아이를 본 기억이 그러하다. 그때 내가 네 살이었는지 다섯 살이었는지, 무슨 마트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핑크색 카트' 와 '울음' 따위의 키워드는 또렷하게 기억난다. 어쨌든 그렇게 우리의 기억이라는 폴더에 저장된 기억들에는 우리가 겪었거나 생각한 내용, 본 것, 들은 것 등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간혹 우리를 그때 그 순간의 기분, 감흥, 분위기로 돌아가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 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떤 형식으로 저장되어 우리를 다시 그 순간에 빠지도록 하는 것일까. '기억되는 형식' 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파일 확장자 개념을 빌려와보자...
나의 인스타 메모는 어떻게 게시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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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나는 하루에도 여러 번씩 수시로 인스타 메모를 올리는 편이다. 본계에 스토리나 게시물을 올리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지만, 왜인지 모르게 메모는 그렇지 않고 별 생각이 들지 않아서 생각나는 대로 올리는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의미심장해 보이는(실제 여부와는 상관없이) 글귀를 올리면 몇몇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오늘 메모를 올리는 과정을 서술함으로써 그 의문을 한번 해소해 보고자 한다.메모의 특성메모가 게시되는 과정을 논하기 이전에, 어떤 메모가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오는지를 알아보자. 기억이 닿는 선에서 최근 나의 메모들을 발췌해 보았다.가스라이팅 제곱할랄 가이즈love 남용스몹식 미식빅세일과 애프터세일왜 팝송은 알아들을 수 없는데 좋은걸까이 단편적인 예시들만 가지고 전반적인 ..
생일선물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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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생일선물에 대한 고찰에 이어 나에게 줄 생일선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할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려 한다. 그 이유라고 하면, 생일선물을 스스로 결단 능력을 소유하지 못해 당사자에게 직접 뭘 받을지 물어보는 과정이 생일선물을 단순한 물물교환으로 격하시킨다 느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랜덤박스 따위를 생일에 받고 싶진 않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큐레이션 겸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의 위시리스트를 써 보고자 한다. 사실 현실적인 선물이라기보단 나의 취향을 설파하는 목적성이 더 강하므로 진지하게 읽기보단 이런 걸 좋아하는군... 하는 정도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레고내가 받고 싶어하는 거의 유일한 선물, 십수년간의 일관된 취향이자 이 글을 쓰는 사실상의 이유이다. 하지만 막상 가격으로 인해 받아본 적은 별로 없다. 그래서 ..
생일 선물에 대한 짧은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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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사색
최근의 나의 생일이 있었다. 딱히 뭘 많이 받지는 않았지만 생일 선물에 대한 고찰을 해 보았다. 생일 선물의 4가지 유형생일 선물은 크게 '만족 - 불만족' 과 '예상 불가 - 뻔함' 의 2가지 분류 기준을 통해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z축을 추가해 가격까지 고려하여 총 3가지 기준과 8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도 있겠으나 우선은 선물 그 자체의 속성으로만 따져보자.만족 & 예상 불가가장 이상적인 생일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의 비용 지출을 감수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서도 이 유형에 부합하는 선물을 찾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 단계에서는 사람마다 그 조건에 부합하는 선물이 매우 많이 갈라질 것이기에 ..
3월 모의고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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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후기
블로그를 하는 김모씨가 2월을 훑는 것은 분명 인상 깊었지만 나는 그럴 시간도 기억력도 없다.그런 의미에서 적어보는 당장 어제의 첫 모의고사 후기.준비인생 첫 모의고사에 호들갑 떠는 학생들은 있었을지 모르나(일단 주변엔 없음), 사실 모의고사 준비를 권장하는 쌤은 별로 없었다. 영어야 수능까지 출제 스타일이 쭉 똑같으니 학원에서 점진적으로 대비한다 하더라도 수학이나 국어 등은 굳이굳이 대비할 명분도 여유도 크게 없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학원에서는 킬러 빼고 다 맞으면 1등급이라길래 수학은 나의 문제해결력을 믿었고, 한국사와 탐구는 나의 배경지식을 믿었다. 따라서 내가 대비해야 하는 것은 국어밖에 없었으나, 국어는 개학하기 3일 전에 자이스토리를 딱 두 회차 풀어본 나의 경험 + 독서 경험을 믿었다.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