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원을 가기 전에 잠깐 애들하고 맥도날드에서 촉박하게 식사를 하다가 영재 군이 손목시계가 빠르냐고 물어보길래 2분 30초 정도 빠르다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george 군이 왜 시계는 빠른데 항상 늦냐고 팩트를 꽂길래 할 말이 없었다.
언제부터 시계가 이렇게 빨랐는지를 헤아려 보니, 정확하게는 몰라도 대략 1년 정도를 2분 30초 정도 빠르게 살아온 듯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계를 보면서 2분 30초를 빼는 계산을 하면서 살아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며칠 전 재 보니 2분 30초로 알았던 오차는 2분 45초 정도로 늘어나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문자 그대로 남들보다 15초를 빠르게 살아간 셈이다.
어쨌든 슬슬 시계를 다시 맞춰야 할 것 같았다. 물론 시계를 조금 빠르게 맞추는 것도 그런대로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주기적으로는 정확하게 맞춰주는 것이 좋을 테니 말이다.
지금까지 시간을 다시 맞출 때는 공식 매뉴얼을 참고했다. 모델명도 제대로 기억을 못해서 항상 시간이 걸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오늘 시계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학원이라서 매뉴얼을 찾아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기억과 상식에 의존하여 시간을 똑바로 맞췄다.
ADJUST 버튼을 3초 정도 누르고 조정 모드에 진입한 다음 MODE 버튼으로 넘겨가면서 조정할 항목을 선택하고, LIGHT 버튼과 SEARCH 버튼으로 수치를 높이거나 낮춘 뒤 다시 ADJUST 버튼으로 조정 모드를 종료하면 된다. 딱 알맞은 시간으로 설정하느라 핸드폰의 화면과 시계를 번갈아 보며 애를 좀 먹었지만 결국 성공했다.
어쨌든 한번 이렇게 매뉴얼 없이 시간을 제대로 맞추는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는 매뉴얼을 찾아볼 일이 없을 듯 하다. 일종의 자립이다. 뿌듯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소한 일들로 자아효능감이 올라가는 나에 대한 은근한 유치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자존감의 역치가 낮다는 것은 좋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여담으로 시간을 맞춘 결과 손목시계 쪽이 2초 정도 빨랐다. 이 정도면 아주 바람직한 오차이다. 몇 달 정도 지나면 오차는 다시 늘어나겠지만 그런대로 조금 빠르게 살아가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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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을 내가 착용하는 손목시계 모델 링크도 첨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