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화장실에 들어갔다. 순간 놀라울 정도로, 기말고사를 하루 앞두고 직전보강이라는 미명 하에 몇 시간째 학원에 눌러앉아, 이쯤 되면 알아서 하겠지라는 선생님의 믿음 반은 포기 반으로 이루어진 감시 중단에 힘입어, 이제 와서 모의고사 지문을 읽을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아 화장실에서 시간을 때우던 그때의 쌀쌀함이, 열린 창문 사이로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10월 중순에 겨울이 오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추위가 걱정되지는 않았다. 너무 강하게 튼 에어컨이나 코스트코의 냉동식품 코너의 추위 따위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바람 부는 겨울밤의 추위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위대함이 있다. 아무래도 나는 그 위대함을 기대하면서 남국으로의 피한(避寒) 계획을 접어두고 무식하게 그 바람에 맞서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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