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마인크래프트 모드 서버 여는 법부터 시작해서 수학 문제 푸는 법, 시험을 망쳤을 때의 대처법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나의 지식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마인크래프트 모드 서버를 여는 법이나 수학 문제 푸는 법과는 달리,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세심한 고찰이 필요한 질문을 받는다면 나 또한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너였다면
어쩌면 이는 답이 정해진 질문보다는 고민 상담에 가깝다. 어떠한 문제가 있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요청한다. 상담을 요청한 사람, 그러니까 내가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대상이 이미 해결책을 가져와서 나는 이를 평가하기만 하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부분 본인이 마련해 온 해결책을 따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럴 때 좋은 대답을 해 준 적이 별로 없다. 왜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나였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지사지는 정말 간결하지만 그만큼 효과가 뛰어난 사고방식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그 타인들은 대체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그렇게 대안을 제시해 준 뒤 너무 T라거나, 공감 능력이 없다거나 등 수많은 음해를 받아 왔다. 나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
오히려 나는 상대의 어려움에 별 관심이 없다면 그냥 아무렇게나 듣고 싶어하는 대로 얘기해주고 만다.
??: 아 나 뭐시기뭐시기해서 망했는데 이렇게저렇게 하면 괜찮으려나?
나: 좋네.
대체로 이런 식이다. 바꿔 말하면 나의 조언이 마음에 들었을 경우 그건 내가 그 당신이 어떻게 되든 1도 상관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눈치챘겠지만, 이건 나를 공감 능력이 0에 수렴하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프레임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물론 나였다면 그렇게 했을 거라고 해서 그게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내가 주변 사람들 중에서 합리적인 편에 속한다지만, 내가 나의 합리성만 믿고 나갔다가 낭패를 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로 그랬던 적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나였다면' 에 기반하여 대답을 하는 것은 상대가 수많은 사람들의 '나였다면' 을 통해 옳은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질문을 하는가? 결국 '상대방의 정답' 을 듣기 위함이다. 앞서 말했듯이 수학 문제가 아닌 이상 '절대적인 정답' 은 없다. 각자의 정답들을 듣고 이를 통해 나의 정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굳이 듣고 싶지는 않은,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 를 들어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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