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생일선물에 대한 고찰에 이어 나에게 줄 생일선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할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려 한다. 그 이유라고 하면, 생일선물을 스스로 결단 능력을 소유하지 못해 당사자에게 직접 뭘 받을지 물어보는 과정이 생일선물을 단순한 물물교환으로 격하시킨다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랜덤박스 따위를 생일에 받고 싶진 않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큐레이션 겸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의 위시리스트를 써 보고자 한다. 사실 현실적인 선물이라기보단 나의 취향을 설파하는 목적성이 더 강하므로 진지하게 읽기보단 이런 걸 좋아하는군... 하는 정도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레고
내가 받고 싶어하는 거의 유일한 선물, 십수년간의 일관된 취향이자 이 글을 쓰는 사실상의 이유이다. 하지만 막상 가격으로 인해 받아본 적은 별로 없다. 그래서 내가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가격대부터 위시리스트까지 다양하게 소개해 보겠다.
브릭헤즈 시리즈

아직까지는 2만원 아래를 유지하고 있는 브릭헤즈 시리즈다. 통일성 따위 없이 디자인되는 대로 출시되는 것 같은 순서가 특징이라 처음부터 전종을 목표로 수집하지 않는 이상 내가 원하는 시리즈를 전부 모으긴 힘들다. 하지만 특유의 일관적이고 매력적인 디자인이 2017년부터 유지되고 있기에 일단 어떻게든 모아두면 볼 만 하다. 레고스토어에서 아무거나 골라 하나 집어다 주기 좋다. 사실 이 글에서 소개할 여러 선물 중 거의 유일하게 현실적인 녀석이다.
크리에이터 시리즈

가격이 천차만별인 크리에이터 시리즈다. 적극적으로 선호하는 제품군은 아니지만 일단 레고인 만큼 주시면 열렬한 감사와 함께 받는다. 가성비가 매우 좋은 시리즈 중 하나로 평가받는 만큼 1-2만원대에서 훌륭한 모델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런 걸 주셨을 때 마다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닌자고 시리즈

나의 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신 제품은 아직 애니메이션을 시청하지 않아서 그리 정이 가지 않는 관계로 옛 제품을 조금 더 선호한다. 하지만 의외로 닌자고 같은 시리즈가 단종된 후 구매하려면 가격이 배 단위로 뛰기 때문에, 조금만 사이즈가 있는 제품을 사려 하면 생각보다 많이 깨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현재 2013년도에 나온 닌자고 시리즈를 모으는 중인데, 2025년 1월 기준으로 6개 중 4개를 모았다. 이렇게 한 300개 정도만 더 모으면 전종을 수집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출시 연도에 상관없이 역시 주신다면 감사하게 받는다.
70738 드래곤 전함 최후의 출격

이제는 조금 범위를 좁혀 나의 위시리스트를 세세하게 소개해보겠다. 당장은 구매할 계획이 없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살 제품 리스트 1순위에 있는 제품이다. 당장 구매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이미 단종 프리미엄이 너무 많이 붙어서 지금 사나 나중에 사나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국내에 매물 자체가 없기도 하고.
2025년 기준으로 드래곤 전함이 총 5종류(시즌 1, 시즌 5, 무비, 레거시, 드래곤 라이징 시즌 1) 발매되었는데, 나는 무비와 레거시에는 큰 관심이 없고, 드래곤 라이징은 아직 제대로 시청을 안 했기에 내가 눈독 들이고 있는 두 가지 드래곤 전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후 나오는 드래곤 전함과 그에 준하는 비클들이 모든 닌자들을 다 넣어줬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과도기에 출시되어 닌자들이 부실하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순정 모로를 구할 수 있고, 메인 모델 자체가 워낙 예쁘고 기믹도 출중해서 언젠가는 꼭 구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하는 제품이다.
2507 불의 신전

닌자고의 1세대 드래곤 4종 중 가장 큰 제품이다. 지금에 비하면 드래곤 헤드도 참 투박하고 몸통도 초라하지만 지금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감성을 소유하고 있다. 사무카이와 제왕 가마돈이라는 매우 희소한 피규어를 두 기씩이나 포함하고 있으며, 갈라지는 신전이라는 엄청난 기믹도 탑재된 제품이다. 의외로 중고 매물은 꽤나 있는 걸로 아는데, 미개봉으로 구하려면 아마 브릭링크를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언젠가는 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70591 크립타리움 감옥 탈출

나에게 단종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을 처음 깨우쳐 준 제품이다. 출시가가 29,900원이었는데, 내가 눈독 들이게 된 시점엔 이미 10만원을 넘어가고 있었다. 3만원짜리 주제에 소토 선장과 죄수 버전 쟌, 거대 스톤 아미(거대하지 않음)이라는 독점 피규어를 셋이나 포함한 가성비가 넘치는 제품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독점 피규어를 이렇게 포함한 만큼 언젠가는 내가 구매해야 할 운명이다.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76417 그린고트 마법사 은행

내가 해리포터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실 영화는 아직 안 봤고(나는 남들이 다 본 영화와 드라마를 보통 안 본 편이다) 원작도 불사조 기사단 중간까지만 읽었다. 내가 왜 그 흥미진진한 파트에서 하차를 했느냐 하면, 코로나 이슈로 인해 내가 해리포터 시리즈를 빌리던 도서관이 잠정 휴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휴관이 풀린 후에는 도서관을 안 가게 되었다. 그래서 그 이후 내용은 대충 해리포터가 볼드모트를 이기고 스네이프는 사실 착했고 론이랑 헤르미온느는 결혼하는 정도로만 안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애정과 상관없이 이 제품은 예쁘다. 보통 레고는 비쌀수록 예쁜데, 50만원을 넘어가니 예쁠 만하다. 어차피 그린고트는 마법사의 돌부터 등장하니까 불사조 기사단까지 읽다 만 나에게 진입장벽도 없고, 재현도 참 섬세할 뿐더러 열차 레일로 지하까지 고증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장점밖에 없는 것 같은데 늘 가격이 발목을 붙잡는다. 레고는 보통 정가와 단종 프리미엄이 반비례하는 편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지금 사나 나중에 사나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미래에 내가 재벌 1세가 된다면 살 예정이다.
10267 진저브레드 하우스

매년 겨울 시즌에 발매되는 윈터빌리지 시리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이다. 이 녀석의 작은 버전(40337)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제품이 발매되었을 때 여러 잡다한 제품들을 구매하고 프로모션으로 받았다. 지금 와서 보면 그때 구매한 것들 대신 10267 하나만 구매해서 40337까지 받았으면 참 깔끔했겠다는 생각만 든다. 의외로 이 녀석은 정가 대비 현재 판매가로 계산하면 앞서 소개한 닌자고 제품들보단 단종 프리미엄이 크게 붙지 않아서 빠른 시일 내에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71064 던전 앤 드래곤

한 번쯤은 미니피규어 시리즈 전체 세트를 모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캐슬류는 주종도 아니고 D&D도 잘 모르지만 정말 거를 피규어 하나 없이 매력적인 제품이다. 당장 모을 필요는 없겠지만 디즈니 시리즈 1, 2, 100주년 기념과 함께 가장 전종을 달성하고 싶은 미니피규어 시리즈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이게 생일 선물을 제안하는 글이라는 것을 잊고 그냥 내가 갖고 싶은 것만 왕창 소개하고 있었다. 레고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른 방면에서의 생일 선물을 다뤄보자. 물론 지금까지 소개한 제품들이 나의 위시리스트에 있는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누군가와 비슷하게 양아치 마인드를 탑재한 나는, 어느 착한 사람이 이 글을 보고 정말 여기 나열된 제품을 사 줄 가능성을 고려하여 내가 조만간 사비를 들여 살 제품들은 여기 적어두지도 않았다. 그런고로 혹시 돈이 남아돈다면, 중복될 걱정 없이 그냥 사 주면 된다.
장패드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장패드를 좋아한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사용할 만큼 기본적인 아이템이지만, 그 넓은 면적에 매니아틱함을 진하게 끼얹을 수 있다는 속성이 마음에 든다. 지난 10월 즈음에 라이엇 스토어에서 별 수호자 장패드 하나를 샀는데 이번에 글을 쓰며 다시 보니 품절되어 있길래 그때 사 두길 참 잘했다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그때 사 둔 장패드가 아까워서 아직 못 뜯고 있다. 결국 장패드를 사기만 하고 사용하진 못하는, 전형적인 수집병 말기에 걸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패드는 참 적당한 생일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이 예쁘면 고이 모셔 둘 장패드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고, 실용성에 초점을 둔 제품이라면 망설임 없이 뜯으면 되니 말이다.
여담으로 사진에 있는 탬탬버린 장패드는 2020년에 한정 판매한 제품인데, 현재 미개봉품 가격이 10만 원 중후반대로 형성되어 있다. 그때 하나 샀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키보드

내가 갤럭시 탭을 이용하면서 키보드에 쉬프트와 컨트롤 키가 있는 것을 보고 참 좋다고 느꼈다. 하지만 엄지 두 개로 타이핑을 하기에 태블릿은 너무 넓어서 탭을 사용하는 동안 긴 타자는 최대한 피하고 있다.
결국 키보드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키보드는 의외로 매니아층이 있는 분야인데 그만큼 청축이니 갈축이니 이것저건 알아둬야 할 게 많다. 그런데 나는 그런 전문 지식은 없고 키보드 같은 주변기기에 대한 확고한 취향만 보유하고 있다. 나의 키보드 취향을 전문 용어 없이 빅데이터 식으로 소개하자면

일단 이런 얇은 건 싫고

약간 이런 차분한 색상이면서 너무 단조롭지 않은 느낌에 누를 맛 나는 찰각찰각 소리 나는 키보드를 선호한다. 근데 그런 걸 뭐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른다. 대충 기계식 키보드인 것 같은데 그것도 여러 종류가 나뉘니까 일단은 찰각찰각이라는 키워드로만 알아두자.
조만간 갤럭시 탭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구매하긴 할 것 같다. 그러나 휴대 이슈 + 가격 이슈로 인해 내가 추구하는 어떤 완벽한 키보드보단 그냥 적당한 얇은 키보드나 사서 들고 다닐 듯 싶다. 나의 키보드 추구미는 키감이랑 배열이 다 다른 키보드 여러개를 벽면에 걸어둔 다음에 그때그때 필요한 걸 연결해서 쓰는 것인데 가능할지 의문이다. 역시 결론은 늘 재벌 1세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볼링화

사실 볼링화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볼링화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은, 볼링을 칠 때마다 신발 대여료로 2천원이 뜯긴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의 지출을 막기 위해 볼링화를 알아보고는 있으나 보통 알아보기만 하고 끝내는 편이다. 볼링화도 가성비 라인부터 고급 라인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볼링화를 사 준다는 것은 그걸 알아보는 귀찮은 과정까지 대신하여 적당히 가성비 좋은 신발을 찾아 사 준다는 뜻이므로 나는 그를 섬기겠다. 위시리스트 자랑에 이어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장보기 목록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캡슐토이

개인적으로 캡슐토이 같은 것도 보이면 가끔 뽑는 편이다. 마음에 들면 무지성으로 원하는 걸 뽑을 때까지 도전해보기도 하는데, 보통 궁핍한 경우가 많아서 자동으로 자제가 된다. 막 너무 사실적이거나 캐릭터로 승부를 보는 종류의 캡슐토이는 그닥 선호하지 않고 위 사진에 있는 단보처럼 적당히 데포르메가 되어 있는 캐주얼하고 수집성이 있는 것들을 선호한다.


아무래도 이런 종류는 불호에 가깝다. 사실 캐릭터로 승부를 본다는 말이 좀 애매한 것이, 내가 짱구나 여타 애니 캐릭터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점이 좀 크기 때문이다. 캐릭터로 승부를 보더라도 내가 꽂히는 캐릭터라면 돈을 갖다 박을 의사는 충분히 있다.

내가 선호하는 건 이 팩맨이나 앞서 말한 단보처럼 좀 캐주얼하고 단순한 쪽이다. 사실 '캐주얼함' 같이 영어를 그대로 음차해서 쓰는 형용사는 아무데나 붙이기 참 좋아서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여지가 다분하다. 그래서 그냥 나의 캡슐토이 취향을 길게 서술하기보다는 그냥 몇 가지 예시를 들어 보았다.
받는 사람의 취향을 확실히 저격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미리 뽑아다 주는 캡슐토이야말로 정말 훌륭한 생일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피규어
피규어도 수집에 미쳐 사는 나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이다. 의외로 나는 애니메이션을 그렇게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정석적인 애니 캐릭터 피규어는 그닥 선호하지 않고 앞서 서술한 캡슐토이 취향과 어느 정도 호환되는 피규어 취향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레고에 나의 수집 비중이 쏠려 있기 때문에 너무 깊게 파고들 수 밖에 없는 소재보단 라이트하게 찍먹을 할 수 있는 소재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스윙 비네트(리멘트 포켓몬스터 컬렉션)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에서 낱개로 하나씩 파는 스윙 비네트도 참 좋아한다. 나랑 같이 롯데마트 가서 스윙 비네트 사는 것을 즐기던 김 모 군의 인스타그램 부계정 닉네임으로 스윙 비네트를 추천했을 정도로 좋아한다. 사실 리멘트에서 나오는 포켓몬스터 관련 피규어들이 참 감성적이면서 한 세트당 6개로 수집 난이도가 참 적절해서 좋다.
하지만 레고에만 돈을 전부 쏟아부어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런 것들까지 건드리면 끝도 없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재벌 1세가 되기 전까지는 내 돈으로 살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사더라도 세트로 하나 사고 말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선물로 받기에는 레고보다도 낫지 않을까 싶다.
단보

며칠간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생긴 취향이다. 이렇게 세련된 디자인에 원 두 개와 삼각형 하나로 표현되는 간결하지만 심오함을 담고 있는 이목구비, 박스로 만들었다는 설정으로 인한 무한 바리에이션 양산이 가능한 면까지 마음에 드는 점 투성이인 녀석이다. 찾아보니까 온갖 회사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엄청난 종류가 있던데, 조만간 몇 종류 정도 소장하게 될 듯 하다.
놀아주기

앞선 수많은 나의 취향 설파에서 물욕만이 여실히 드러난 것 같아 감동적으로 마무리를 하기 위해 최고의 생일선물을 제안하고자 한다. 사실 그냥 엎드려 절 받기 하기 전에 먼저 축하해주고 밖으로 불러내서 놀아주면 그게 생일선물이다. 그 대신 밥은 본인이 사야 한다.
최근에 누가 생일에 불러내서 영화를 보여줬었는데 좋았다.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무엇을 받느냐보다도 누구에게 받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결론
뭔가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된 것 같다. 처음에는 현실적으로 시작했다가 갈수록 어처구니 없는 가격대가 되면서 그냥 재벌 1세가 되었을 때의 위시리스트가 되다가도 갑자기 장보기 목록이 되었다가 이상한 피규어 취향만 설파하는 글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생일선물 가이드라인이라는 원래의 취지는 1도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 내 생일에 축하해 주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생일 선물을 준답시고 이 긴 글을 정독할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훈훈한 마무리는 만족스럽다. 어쨌든 여러분 모두 생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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