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는 김모씨가 2월을 훑는 것은 분명 인상 깊었지만 나는 그럴 시간도 기억력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보는 당장 어제의 첫 모의고사 후기.
준비
인생 첫 모의고사에 호들갑 떠는 학생들은 있었을지 모르나(일단 주변엔 없음), 사실 모의고사 준비를 권장하는 쌤은 별로 없었다.
영어야 수능까지 출제 스타일이 쭉 똑같으니 학원에서 점진적으로 대비한다 하더라도 수학이나 국어 등은 굳이굳이 대비할 명분도 여유도 크게 없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
학원에서는 킬러 빼고 다 맞으면 1등급이라길래 수학은 나의 문제해결력을 믿었고, 한국사와 탐구는 나의 배경지식을 믿었다.
따라서 내가 대비해야 하는 것은 국어밖에 없었으나, 국어는 개학하기 3일 전에 자이스토리를 딱 두 회차 풀어본 나의 경험 + 독서 경험을 믿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준비할 것이 없었다. 다만 양심에 찔려 전날에 자이스토리를 한번 더 펼쳐보려다 펼치기만 하고 잤다.
선들선들 오는 봄바람
답안지를 받기까지 별 생각이 없었으나, 학교 코드를 적는 것에서 우리 학교만 보는 시험이 아니라 모의고사라는 것을 1차로 깨달았다. 그리고 필적확인란 문구를 통해 이를 다시 한번 상기했다.
가끔 수능철에 '수험생들을 위로하는 필적확인란 문구' 따위가 소소한 뉴스로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닥 위로가 되는 유형의 필적확인란 문구는 아닌 것 같으나 의인법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것은 인상깊다.
그렇게 첫 시험지와 마주했다.
나이테
앞서 말했듯이 국어는 작년 3모와 재작년 3모 딱 두 회차를 풀어보았으나 크게 쉽다고 느껴지진 않았는데, 전반적으로 그렇게 어렵진 않았던 것 같다. 문학만 3개 틀렸다. 자전거 도둑은 꽤나 반가웠다.
나이테로 연대를 측정하고 어쩌고 하는 문제는 사실 이해하지 못했으나 1800에서 어떻게 3을 더하고 빼도 1802는 나올 것 같지 않아 맞추긴 했다.
문학 개념을 좀 익혀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국어라는 과목이 기본적으로 수학만큼은 아니지만 맨땅에 헤딩이 힘든 느낌.
결과는 가채점 기준 92점.
수긍
수학은 별 할 말이 없으나 내심 외심은 항상 까먹는다. 일단 틀릴 거 틀리고 추가로 2개 더 틀려서 81점. 일단은 계산 실수로 생각하기로 함. 영 아쉬운 점수이나 모의고사를 제대로 준비한 적도 없고 일단 2등급 턱걸이로 걸칠 듯 하니 수긍한다.
기능적 실명
학원에서는 고 2 모의고사를 주로 풀었으니 영어는 만점에 가까이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여유 있게 시험지를 넘겼는데, 30번대로 갈수록 답을 확신하기 힘들어졌다. 확신을 얻기 위해 두세번씩 읽다 보니 영 늘어졌으나, 결국은 애매했던 문제들도 대부분 맞았고 32번 하나 틀렸다.
결과는 가채점 기준 97점.
공존
한국사와 탐구는 문자 그대로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냥 상식으로 풀었다.
한국사는 시험지 자체를 처음 접했는데 첨성대(일단 신라)와 수원 화성(일단 조선) 등이 선지에 함께 공존하는 것을 통해 그닥 의미 있는 과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50점 만점인 시험은 처음이라 좀 신기하기도 했다. 가채점 기준 44점.
회상
탐구는 아무래도 상식을 사용하는 면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중학교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풀었다.
사회는 상식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고 과학은 그에 비해 적었다. 그 결과인지 사회 43점, 과학 35점이다. 두 문제만 건졌으면 1등급이 하나 더 나온다는 사실이 아쉬운 점이다.
재시작
끝나고 채점을 하니 121112.
마킹 실수가 없기만 바라면 될 정도의 결과였다.
고등학교에서는 더 이상 머리를 믿고 하는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들었으나 의외로 통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중학교 과정의 연장선이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말이다.
원래도 시험에 크게 긴장하는 편은 아니지만 첫 모의고사라는 걸 감안하면 꽤나 잘 치른 듯 하다.
당당하게 학원에 갔더니 2시간 다 코칭을 하며 한 명씩 상담을 했는데 선생님 왈, 모의고사 점수는 잊고 이제 내신에 모든 걸 쏟으라는 것이었다.
조만간 중간고사 후기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더 빠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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