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나기 전까진 블로그를 건드리지 않으려 했는데 블로그 주제가 너무 많이 생기기도 했고, 최근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좀 글을 써서 이를 좀 풀어내야 할 것 같았다. 하나의 주제로 응집된 글을 써 보려고 몇 차례 키보드를 두드렸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새로운 형식으로 글을 좀 써보려고 한다. 기대감을 안고 간 서점에서 늘 나를 실망시키기 마련인, 하나의 주제를 이어가지 못하고 2-3페이지마다 새로운 제목과 함께 새로운 주제가 반복되는 애매한 실력을 갖춘 작가들의 감성적인 에세이처럼 여러 주제로 짧은 단상을 한 글에 남겨보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책의 제목(여기서는 글의 제목)과 각각의 소제목은 전혀 상관이 없다. 나쓰메 소세키의 <춘분 지나고까지> 가 생각나는 대목인데,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서는 언젠가 글을 쓸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친구가 너의 친구가 될 수는 없다
대략 중 2때 쯤까지는 나의 친구는 너의 친구여야 한다는 순진한 신념이 있었다. 나의 친한 친구들은 모두 같은 무리 안에서 서로 친한 관계로 존재하는 그런 관계가 이상적이라는 믿음 말이다.
그러한 믿음이 깨진 것에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되돌아보면 그것은 또 아니다. 다만 나의 친구가 너의 친구가 아니어도, 나의 모든 친구들을 어떤 하나의 집합으로 묶지 않더라도, 각각의 집단에서 그 집단의 성격에 맞게 어울리며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어릴 적 믿음이 실행에 옮겨지는 것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몇 번 지켜본 적이 있다. 그 동기는 단순히 내 인생의 서로 다른 영역을 차지하는 사람들 간의 인위적인 만남을 일으켜 그 경과를 지켜보며 얻는 재미일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의 근거 없는 통찰력에 의해 생긴 서로 안면 없던 나의 두 친구가 서로 만난다면 좋은 관계가 될 것이라는 믿음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실행은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그러한 믿음을 강제로 실행시키고자 하면 역효과가 난다고 생각한다. 큰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인위적인 관계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는 사례를 잘 보지 못했다. 모든 인위적인 만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만남의 기저에 중개자의 의도가 깊숙히 베어 있을수록 실패의 가능성도 커지지 않는가라는 의심을 지우긴 힘들다.
여름 하늘
저녁에 학원을 가기 위해 아파트 단지의 계단을 내려가면 큰길을 따라 달리는 차들 위 너무 어둡지 않은 하늘이 나로 하여금 벌써 여름이 왔나 하는 착각을 하게 한다. 그 착각의 원동력이 단순히 너무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노을진 하늘인지, 혹은 정체불명의 여름의 냄새인지는 모르겠다.
그 착각은 나를 또 지금보다 더 어렸던 시절로 되돌려 놓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하늘을 보던 어릴 적의 나는 아마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겠지만, 지금은 집을 나서는 중이라는 사소한 차이점 정도일까. 늘 느끼지만 하루는 길고 한 해는 짧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미래에 나는 지금을 어떻게 회상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보전
최근 주변인들 사이에서 비밀이 너무 비밀스럽지 않게 오고간다. 누가 봐도 비밀이 오고 갔다는 사실을 알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 비밀의 정체까지는 모른다. 어쩌면 나만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 내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일이든 남의 일이든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독점하면서 흔히 '정보의 우월감' 을 느끼는 일은 비일비재했으나 최근 이 현상이 심화된 느낌이다. 그 이유라 하면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냥 최근 들어 인간관계 및 연애에 관련되거나 약점을 잡힐 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이 큰 것 같다. 정말 정보에 미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평소에 좀 신뢰를 얻어가면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만 든다.
D - 9
정말 올해는 벼락치기를 최대한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으나 정말 해가 지날수록 공부량이 a가 1보다 큰 지수함수의 x축 대칭 그래프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도 2주가 남은 시점에서 공부를 하겠다 다짐하고 실제로 몇 번 공부를 시도하긴 했다. 그러나 수행평가와 발표는 딱 그 시점에 걸쳐 있고 지금까지 누적된 피로로 12시에 수면에 돌입해야 하는 등의 악재가 겹치며 공부는 점점 미뤄지고 나는 망했다.
어떻게 이렇게 작년과 똑같은 상황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그래도 작년 1학기까지는 나름 국어 공부를 착실하게 준비했는데 올해는 국어 문제집이 어제 배송되었다. 올해는 각 시험 후기를 좀 착실하게 올려서 자라나는 학생들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해 봐야겠다. 중간고사 후기 많은 기대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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