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생 때부터 써 온 노트북이 맛이 갔는지 너무 느려져서 포맷을 하느라 파일을 한 번 백업했다.
이렇게 파일을 옮길 때는 혹시 내가 모르고 귀중한 자료들을 포맷시킬까봐 온갖 폴더들을 뒤지며 보존할 파일들을 찾아다니게 된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쓰던 노트북인지라 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들이 참 많이 있었다. 만화 그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5학년부터 온라인 수업이 한창이던 6학년까지가 나와 초등학교 친구들의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데, 그때 그린 만화나 수행평가로 찍은 영상 등이 잡다한 파일들로 가득 찬 카카오톡 받은 파일 폴더 속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옛날 일들이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일었다. 어쨌든 그렇게 보존할 파일들을 외장하드에 옮기고 한동안 추억에 잠겨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데스크탑을 수리할 예정이라 또 한 번의 백업을 진행했다. 이번에도 노트북에서와 같은 발견을 기대했지만 상대적으로 최근(중학교 3학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데스크탑에는 이러한 추억의 트리거가 될 만한 것들이 마땅히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곳저곳을 뒤져보아도 학교에 제출하는 글이나 수행평가 용도로 만든 프로그램 정도가 대다수였다.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지금 쓰는 데스크탑보다 어릴 때 쓰던 노트북에 과거를 떠올릴 만한 매개체가 더 많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아쉬움의 기원이 단순히 과거의 것일수록 추억이 더 많다는 상식적인 사실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2년 전쯤 데스크탑을 사서 노트북에 있던 주요 자료들을 컴퓨터로 옮길 때는 스타듀밸리나 래프트 같은 스팀 게임들의 로컬 파일들도 꼼꼼히 챙겼는데, 이번에는 그냥 대충 넘겼다. 어차피 지금까지 안 했으면 나중에도 안 할 것이고 만약 다시 시작하더라도 새로운 게임을 파서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세가닥 군을 비난할 때 항상 하던 말 중 하나가 과거에 대한 애착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정도가 다를 뿐인지 나도 결국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고 냉소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내가 많이 무심해졌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
'사색 > 고찰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모든 위대함은 겨울에 발생한다 (2) | 2025.10.15 |
|---|---|
| 뚜또 이야기 (0) | 2025.09.08 |
| 나는 왜 아침형 인간이 아닌가 (1) | 2025.06.02 |
| 나쁜 사람은 없다 (2) | 2025.05.11 |
| 음악 추천에 관하여 (2) | 2025.05.0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