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럽게도 나는 꽤나 옹졸한 편이다.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싫어하는 이유가 도덕적 또는 법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것인 경우는 드물다. 눈치가 없거나, 너무 시끄럽거나, 분위기를 못 읽거나. 그냥 그런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유들이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편협한 이유로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그런 사람들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쁜 사람' 의 존재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있다. 나쁜 사람은 정말 있을까. 그런 걸까.

'나쁜 사람' 은 정말 존재하는가
여기까지만 읽으면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여러분들은 아무런 처벌이나 비난이 없다는 전제 하에, 지나가는 아이를 때릴 수 있는가? 식당에서 계산을 안 하고 나갈 수 있는가?
매우 높은 확률로 그렇지 못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다른 '나쁜 짓' 들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크게 논할 가치가 없다. 내가 이 질문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은 양심이 작동하기에 기본적으로 선량하다는 것이다. 물론 뉴스는 이따금 양심이 작동하지 않은 듯한 잔인한 사람들의 범행을 보도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런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우리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 씩 '나쁘다' 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을 본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은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 나쁜 사람인 것인가?
아무도 나쁘지 않거나 또는 모두가 나쁘거나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나의 개인적인 경험 하나를 공유하고자 한다. 나는 쉬는 시간에 우리 반에 들어와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는 다른 반 사람들이 싫었다. 타인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어 보이는 그런 사람들을 몰상식하다고 규정하고 기피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친구가 있는 조용한 반에 들어가서 떠들던 중 어느 순간 내가 내가 싫어하던 사람들의 모습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끄러운 일이다.
만약 그 반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 또한 나를 몰상식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우리 반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을 '나쁘다' 라고 규정하면 나는 나쁜 사람이 된다. 만약 내가 그 사람들을 이해한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이해받기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세상은 아무도 나쁘지 않거나 또는 모두가 나쁘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나는 이런 일련의 사고를 거쳐 '나쁜 사람' 은 우리가 만들어낸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 섣부르게 내리는 판단이 그를 나쁘게 만든다는 것이다. 비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서로의 심리나 행동 동기에 대해 아는 것 없이 혼자서 상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확실히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어쩌면 남들도 나에 대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그렇게 바라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평가 이전에 이해가 필요하다.
만약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 나의 이런 의견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누구나 당연히 살아가면서 배려심 없고 이기적인 사람들로 인해 피해를 본 적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바로 그런 사람들이 나쁜 것이라는 지적을 받으면 나도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한 악의가 그득한 채 '어디 한번 당해봐라' 라는 생각으로 당신을 괴롭혔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순수한 적개심을 가지고 당신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야말로 오히려 더 드물 것이다.
우리가 흔히 '나쁘다' 라고 하는 사람들은 당신이 피해를 입으리라 생각하지 못했거나, 너무 무지하거나, 혹은 자신에게만 너무 집중했다는 등의 이유로 생겨난다. 만약 그렇다면, 악의가 아니었다면, 상대방을 '나쁜 사람' 으로 몰기 전에 그를 이해하려고 시도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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