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은 예상과 다르게 다음날 일정이 없는데도 방학치고는 빨리 잤다. 오늘은 11시쯤 일어났다. 참 여유로운 오전이다.
나한테 필요 없는 스타워즈 스타파이터 콕핏 부품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택배를 보내주러 나갔다.

택배를 부친 지 얼마 되지 않아 택배를 수거했다고 연락이 왔다. 상대는 아마 내일쯤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착한 일을 해서 기분이 좋았는데 마침 어제 잘못 배송 왔던 부품이 다시 배송되어 있었다.

이렇게 따로 보내줄 때는 박스 말고 그냥 소포장으로 부치는 모양이다.

드디어 투명 바가 도착했다. 이걸로 무엇을 할지 궁금할 것이다.

설명을 위해 닌자고 시즌 12의 디지 닌자들 피규어를 가져왔다. 마치 사이버펑크 같은 분위기와 더불어 머리 위 HP 창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창이 미니피규어와 연결된 방식은 꽤나 아쉽다.

실제 애니메이션에서 HP 창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미니피규어는 투명한 바가 아닌 네온 초록색의 바를 사용해서 물리적으로 연결된 느낌이 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명 바로 전부 교체해주었다. 물론 투명하다고 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투명브릭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는 레고 암묵의 룰에 의해 보다 나은 HP 창이 완성되었다.
이렇게 레고를 만지며 오후를 보냈다. 이후 숙제를 하고 숙제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놀다가 학원을 갔다. 늘 그랬듯이 늦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며 데미소다 레드애플 한 캔을 샀다. 몇 달 전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마셨던 것이다. 데미소다답지 않은 355ml짜리 캔이지만 나쁘지 않은 맛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역시나 나쁘지 않았다.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웠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 를 조만간 구매해서 소장하려고 한다. 사전 지식 하나도 없이 순수한 서스펜스를 느끼고 싶어서 나무위키에서 줄거리도 찾아보지 않았다. 물론 <데스노트> 나 <원피스> 는 이미 핵심적인 내용을 거의 다 아는 상태에서도 정말 재미있게 봤지만, 아무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감상했다면 훨씬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헌터×헌터> 를 주인공 이름도 모른 채로 펼쳐서 정말 재미있게 본 기억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구매 계획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는데, 바로 돈이 없다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서 사야 하는 것을 생각해보니 너무 많았다. 물론 대체로 나의 수집과 관련된 사치품이다. 나는 명품이나 자동차 등에 관심이 없으니까 아무리 사치를 부리더라도 10억짜리 복권만 당첨되면 내가 사고 싶은 것을 다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책과 레고만으로도 10억은 너끈히 넘길 수 있을 듯 하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일기를 쓰다 보니 일기를 쓰는 행위 또한 강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3일의 일기를 24일 새벽에 게시하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어떻게든 12시 안에 글을 쓰려는 노력은 계속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