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영어 시간에 서술형 답안 확인을 했다. 2년 반 동안 9번의 시험, 4번의 학기를 치르며 수없이 많은 내신 성적의 하락이 있었지만 영어는 언제나 1등급1 고정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치르는 마지막 시험이기도 한 이번 기말고사에서, 하필이면 영어 시험을 망친 나는 2등급 내지는 3등급을 받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렇게 우울한 마음으로 서술형 답안 확인을 했다. 4문제 중 1문제를 겨우 맞히고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점수를 2점 받았다. 그렇게 답안지를 훑어보던 중 선생님이 갑자기 한 마디 하셨다.
이 문제 맞은 사람이 별로 없는데 잘했네.
예상치 못하게 칭찬을 들었다. 원래 칭찬 같은 건 별로 안 하시는, 매 시간마다 수업 태도에 대해 경고를 하면서도 생기부에 좋은 얘기만 적어주시던, 긍정적인 의미로 엄격한 그런 선생님이었는데 말이다.
1년 반 동안2 시험을 잘 봤을 때는 들어본 적 없는 칭찬을 이런 상황에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남들이 전부 포기한 문제를 혼자서만 낑낑대며 풀어서, 남들이 그거 하나 틀리고 95점을 받을 때 내가 70점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나에겐 왜인지 선생님의 위로 섞인 격려의 말로 들려왔다. 선생님의 말투 때문이었는지 내가 처한 상황이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랬다.
- 2026. 07. 27. 추가 -
정정하기에는 좀 늦었지만, 놀랍게도 방학 전날 성적을 확인해 본 결과 영어가 8등으로 간신히 1등급을 받았다. 지금 윗글을 읽어보니 너무 호들갑을 떨었다고 느껴져 부끄럽다. 선생님은 아마도 내 최종 등수를 대략 알고 계셨을 테니, 위로라기보다는 순수하게 그 정답률 낮은 문제를 풀었던 것에 대해 칭찬해주셨다고 생각하기로 하자.